블록체인의 본질은 검증과, 이를 기반으로 한 무신뢰성(trustlessness)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블록체인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수많은 체인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Cosmos SDK의 등장과 이더리움의 롤업 중심 로드맵 이후, 누구나 쉽게 자체 체인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고, 이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생태계가 성숙하고 혁신적이 되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체인의 ‘과잉 공급’이라고 할 만큼 너무 많은 체인들이 생겨났고, 그만큼 수많은 토큰들이 등장했다. 대부분은 뚜렷한 차별점 없이 복붙한 형태이며, 제한된 유저와 유동성을 두고 경쟁만 반복하다가 지속에 실패한다. 그 확률은 99%에 가깝다.
결국 하나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성공하려면 ‘지속가능한 종교’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핵심 가치와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더리움, 솔라나, Hyperliquid, Sui, Abstract 그리고 (아쉽지만) Blast, Bera 같은 체인들이 그러한 서사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그다음 주자가 바로 ‘메가 이더(MegaETH)’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아직 메인넷이 나오지 않은 생태계를 이렇게 확신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태계를 키워왔고 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메가 이더?
메가 이더는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빠른 L2’를 만들고자 하는 팀이다. 다양한 기술적 강점이 있지만, 여기서는 세부 기술보다는 이들이 추구하는 큰 방향성에 집중하고자 한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의 속도를 가진 체인을 만들고, 이 기술 위에 앱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Vitalik, Dragonfly 등의 투자를 받았고, 업계에서 경험 많은 빌더들이 창업자이자 초기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백그라운드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행하고, 무엇을 만들어내느냐”다.
‘지속가능한 종교’를 만들기 위한 3가지 조건
1. 생태계의 구심점
모든 종교에는 핵심 사상이 존재한다. 필자도 종교는 없지만 공부를 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각 종교에는 하나의 지향점과 이를 실현하는 상징적 구조들이 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이 체인은 왜 존재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누구를 위한 체인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체인은 대부분 지속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이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시스템”을, 이더리움이 “월드 컴퓨터”를 추구했듯이, 생태계에는 분명한 중심 가치가 있어야 사람들이 모이고 남는다.
2. 구심점을 연결하는 빌더들
구심점이 있다 해도, 그것이 지속 가능하려면 해당 가치를 믿고 위에서 앱을 구축하는 빌더들이 있어야 한다. 즉, 앱이 있어야 체인이 살아 움직인다.
“체인의 가치는 그 위에 올라간 앱의 가치만큼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라 생각한다. 체인은 결국 트랜잭션과 활동이 있어야 가치를 가진다. 그런 활동은 앱이 만들어낸다. 앱이 없으면 유저도 없고, 수요도 없다.
그래서 체인들이 수십억, 수백억 원을 들여서라도 앱을 온보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 이런 방식은 중심 가치 없이 단기 인센티브에 의존하기 때문에, 앱과 사용자 모두 금방 이탈하는 구조가 된다.
3. 유저들
앱의 목적은 유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체인들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에어드랍 기대감을 활용하지만, 대다수 유저는 이벤트가 끝나면 떠난다.
결국 지속 가능한 유저 유치 전략은 단순하다.
구심점이 분명하고, 그 가치를 믿는 빌더가 만든 앱들이 있고, 그 앱들이 정말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유저는 남는다.
이 구조가 선순환되면, 더 많은 빌더가 들어오고 생태계는 성장한다.
메가 이더는 이 요소들을 어떻게 잘 갖추었는가?
1. 이더리움이라는 구심점
MEGA는 “Make Ethereum Great Again”의 약자다. 솔라나 등 경쟁 체인이 빠르게 성장하며 이더리움이 비판받던 시기에, 메가 이더는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쓰고 싶은 체인을 만들어 이더리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명확한 정체성을 선언했다.
이 메시지는 기존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강하게 먹혔고, 이더리움이라는 기존 종교에 올라타 자연스러운 구심점 형성에 성공했다. 이론적으로도, 메가 이더가 확장되면 이더리움이 커버하는 보안과 경제권이 더 넓어지는 구조이기에 설득력이 충분했다. 여기에 아이겐레이어의 Eigen DA까지 채택하면서 추가적인 얼라인먼트를 가져가기도 했다.
또한 솔라나, Monad, Hyper EVM과 같은 경쟁 L1/L2들이 존재하면서, 이더리움 vs 경쟁 체인이라는 서사를 통해 메가 이더의 아이덴티티는 더욱 강해졌다.
2. 고유 앱 중심의 빌더 육성: Mega Mafia
메가 이더는 자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Mega Mafia를 통해 생태계 빌더를 키우고 있다. 시즌제로 운영되며, 선정된 프로젝트는 메가 이더 팀과 함께 밀접하게 협업하며 생태계에 최적화된 앱을 개발한다.
보통의 초기 체인들이 기존 DeFi 프로토콜을 복붙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반면, 메가 이더는 오히려 “우리 체인 위에서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앱을 만들자”는 철학으로 접근한다. 이는 기술적 자신감과 명확한 정체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실제로 Noise, GTE, Showdown 같은 프로젝트들은 다른 체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UX와 컨셉으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3. 커뮤니티 기반의 자금 조달
대부분의 체인들이 어떻게든 2번 단계까지 갔다면 취하는 액션은 더 높은 벨류에이션에 새로운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팀 관점에서는 더 높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토큰 관점에서는 무한한 하락을 낳는게 대부분이다.
메가 이더는 아예 다른 접근 방법을 취했는데 이는 체인에 참여할 일반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체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Echo에 진행하는 메가 이더 라운드도 있었고 Fluffle 이라고 하는 팀에서 발행한 1만개 토끼 NFT 또한 있었다 (Fluffle에는 최소 5%의 토큰이 할당된다)
분명 더 높은 벨류에 투자를 받아서 상장 가치를 높이고 1년 뒤에 팀 토큰을 더 높은 가격에 팔아서 Exit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메가 이더는 이것을 어떻게 ‘실행’했는가?
사실 위에 접근 방법을 말로만 하는건 쉽다, 물론 우선 기본적으로 해당 접근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 팀들도 많기도 하지만 이를 알더라도 “실행해서 성공시키는 건” 별개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걸 MegaETH는 어떻게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실행했을까?
빌더-팀 간의 깊은 본딩
Mega Mafia 팀들은 단순히 지원금만 받는 게 아니라, 초기 오프라인 부트캠프를 통해 메가 이더 팀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빌딩을하고 관계를 맺는다. 시즌 1은 베를린, 시즌 2는 현재 코펜하겐에서 진행 중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와 목표 공유”를 만들어주는 구조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이 부분이 MegaMafia 팀들은 타 체인의 어마 무시한 규모의 그랜트 제안을 받더라도 메가 이더에 남는 결정을 내리는 것에 영향을 주지 않나 싶다.
Fluffle
본인은 기본적으로 Blast의 골드 구조를 매우 좋아했었다. 왜냐면 L2들은 메인넷 나왔을때 토큰 바로 안찍어도 되고 이를 기반으로 앱들에게 트래픽을 몰아줄 수 있는데, 골드는 이 앱들이 직접적으로 토큰을 유저에게 배분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MegaETH는 이를 Fluffle이라고 하는 거래가 안되는 NFT로 총 10,000개를 발행하고 1이더에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게 얼마나 Bold한 전략이냐면 1이더 민팅이라는 것은 엄청 비싼 금액이고 여기에 메가 이더 토큰 물량을 최소 5% 할당하게 하는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결국 1이더 보다 더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이런 기대치를 설정하고 가는 전략은 대부분 실이 큰편이다.
그럼에도 이게 성공적이었던건
SBT라서 거래가 안됨. 살 수가 없음. 그렇기에 1이더 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을 막아 기대치의 상방을 제한함.
그럼 이걸 사는 방법은 5,000개가 MegaMafia 앱들에게 나누어서 할당되니 해당 앱들을 사용하고 기여하는 방법 밖에 없음.
즉 앱들이 PMF를 찾고 돈을 버는 기회를 제공해줌 .
그리고 이를 생태계의 시그니처 NFT로 만들면서 추후 있을 앱들의 에어드랍에도 수혜를 볼 수 있는 기대감을 만듬.
이미 5,000개는 판매가 마감된 상태이고, 나머지 5,000개에 대한 구매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빌더 - 유저간의 폭팔적인 상호활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명확하고 공정한 인센티브 구조
메가 이더 팀은 다음의 룰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생태계 앱에 엔젤 투자 불가
Fluffle NFT 소유 불가
이는 팀의 인센티브를 오직 토큰 가치 상승 = 생태계 성장에 맞춰 정렬시킨 구조다.
이처럼 이해관계를 분리하고 건강한 얼라인먼트를 만드는 구조는, 말은 쉬워도 실제로 실행하는 팀은 극소수다.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메가 이더에는 Fluffle 홀더나 코어 커뮤니티 멤버만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그룹챗이 존재한다. 여기서 파운더들이 직접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피드백을 듣고 생태계의 방향을 조율한다.
이런 역할은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매니저나 BD 팀에서 맡지만, 메가 이더는 파운더 본인이 주체가 되어 커뮤니티에 참여한다.
이는 커뮤니티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생태계의 일원 으로써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기상조,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클 수 있다. 아직 메인넷도 출시되지 않은 생태계를 향해 “잘 될 것이다”라고 단정짓는 건 분명 어리석은 접근일 수 있다.
실제 성능이 예상보다 못할 수도 있다.
빌더들이 이후 자체 체인을 만들고 떠날 수도 있다.
앱들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
토큰이 L2 구조상 가치 캡처에 실패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태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지금까지 보여준 방향성과 실행력 때문이다. 메가 이더 팀은 단순히 "속도 빠른 체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심점이 뚜렷한 서사를 바탕으로, 그 가치를 믿는 빌더를 육성하고, 진정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일에 집중해왔다. 아직 메인넷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만큼 성숙한 문화와 독창적인 앱, 강한 빌더 풀을 갖춘 체인은 손에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메가 이더 생태계가 성공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