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20개의 회사를 만나보고 느낀 점
지난 3개월 간 국내외 약 20개 정도의 회사를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설정한 목표, 느낀점들을 짧게나마 회고해 본다.
어떤 회사와 일하고 싶은가?
아는 지인이 어떤 조직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하는 세가지가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인상 깊었던 이야기라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들이다.
Am I contributing? (내가 기여하고 있는가?)
내가 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이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액션을 하는데 있어서 명확한 목적의식이 생긴다.
Am I growing?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
이력서에 한줄 남는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회사에 일을 하든 프로젝트를 하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하고 있는 환경의 문제이든 본인의 문제이든 그 이유를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What am I lacking? (내가 무엇이 부족한가?)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새로운 조직으로 옮길떄 내가 부족한 부분이 개선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그 과정을 여러번 겪어야 나의 수 많은 부족한 부분이 채워고 창업을 하든 매니지먼트 레벨로 갔을떄 비로소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기존 조직은 위 세가지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이었기에 (단언컨데 최고의 사람들과 일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가장 많이 성장했다), 새로운 조직 또한 기여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 질문을 기반으로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조금 더 세부적인 기준을 세웠는데,
성장할 수 있는 곳
결국 무언가를 만들려면 개인의 성장이 필수이다. 조직 입장에서도 조직원이 성장하는 것은 결국 프로덕트의 퍼포먼스로 이루어진다. 내 입장에서는 나중에 무언가를 만들고 빌딩하고 싶다면 그 수준까지 성장하는 것이 필수이기에,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서 지난 2년동안 성장한 폭을 넘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함께 다시 일하고 싶은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곳
성장 할려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같은 조직에 배울 수 있고 본 받을 점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과 함께 일하고 성장하고 차후에 그 중 누군가 창업을 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옮겼을때 다시 한번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많은 곳에서 제품을 만들면서 구르고(?) 싶었다.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곳
성장하고 같이 빌딩 할 수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을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성장하는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각인 시킬 수 있는 미래의 투자자들을 미리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회사들을 만나기전에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웠다.
최대한 많은 회사를 만나자
나 라는 사람을 인식시키기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나는 대부분 회사와 이야기 할때 그들의 제품 그리고 뽑는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One Pager 형식으로 노션에 정리해서 공유했다. 이 경우 대게 단순 인터뷰가 아니라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 그리고 대화의 시간이 되었다.
겨울에 다들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Web 3게임이 핫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인프라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등 실무진 그리고 대표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비전,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를 잘 파는 법을 배우자
업계 특성상 전형적이고 딱딱한 인터뷰 보단 “당신은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기반 아니면 레퍼럴을 통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오퍼가 왔던것들을 승낙하거나 주절주절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이야기 하면 쉽고 편한 과정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나의 가치를 “잘” 파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느낀 점 8가지
Web 3 게임이 핫하긴 하다
만나보았던 정말 많은 팀들이 Web 3 게임을 준비하고 있거나 관련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 하면서 대기업들은 왜 이 시장에 뛰어 드는지,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Web3 게임에 대해 내가 가진 편견(?)보단 더 많은 팀들이 막대한 리소스를 쏟고 있었다.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현재 Web 3 게임 시장에 정답은 없고 모두가 큰 규모의 실험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헤게모니를 가져오거나 만들어내진 못했기에 모바일 시장을 놓쳤던 이들에게는 Web3 게임은 무언가가 있을 기회의 땅이라고 여겨지는 듯 하다. 누군가를 이를 FOMO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FOMO가 가끔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종종있다.
게임 쪽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들은 게임들이 손쉽게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User Acquisition) 관련 툴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워낙 많은 툴들이 있었어서 이는 나중에 리서치로 따로 다루어도 될정도로 양이 방대하다.
나 만한 사람도 없다, 다만
내가 하는 롤에 있어서 나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려고 하는 편이다. 자만이라기 보단 스스로가 해온 것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여러 인터뷰를 보면서 이를 어필하고는 했다). 다만 떨어졌던 인터뷰들을 복기해보면, 결국 나 만한 사람이 없다 = 모든 회사들의 기준치를 충족한다 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A,B,C라는 것을 할 수 있고 이런 사람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 이라는 기준하에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결국 모든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왜 날 안뽑지?”가 아니라 무엇이 부족했으며 어떤 점이 필요했을까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여전히 빌더들이 많다
겨울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미디어에서는 “역시 코인은 스캠이야”를 외치지만,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기여하는 블록체인에 진심인 빌더들이 많다. 그들은 오히려 시장에 거품이 빠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졌을때 무언가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다음 사이클에서 빛을 볼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여담으로 최근 좋아하는 바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옆에 큰 회사를 창업한듯한 대표님 두명이 술을 마시면서 “요즘 카이스트, SKY나온 애들은 창업할때 다 크립토 쪽으로 가더라, 우리때는 실존하는 무언가를 만드는게 창업이었는데 지금은 다 한탕 할려고 크립토로 가는거 같아”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없겠냐만은, 내가 만났던 이 시장의 많은 빌더들은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세상을 바꿀것이고 그 변화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열정은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겨울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겨울에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가 이 시장에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명확히 해야하는 시기이며, 이를 잘 해낸 사람은 다음 사이클에서 본인의 가치를 매우 높일 수 있다. 나는 개발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수학적 함수를 엄청나게 잘 만들어내고 풀이해내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경험했고 잘 해냈던 일에서 나의 가치를 찾으면 된다.
시간의 밀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가장 힘든 시기를 버틴다는 건 존경받아 마땅하다. 나는 18,19년도 겨울을 겪지 않았고 그렇기에 더욱더 이번 겨울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터뷰때 “이번이 첫 겨울이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내가 만약 지난 겨울을 겪어보았고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경험이 있었다면 더욱더 풍부한 대화를 할 수 있었을것 같아 아쉽다.
연봉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결국 장기적인 플랜에 있어서 당장 얼마를 받는지는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 상황 등 여러가지 복합적 요소가 작용을 하다보니 어차피 연봉은 조직내에서 증명하면 오르는 부분이며 당장의 돈 보단 미래를 위한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럼에도 회사가 오퍼레터에 제시하는 연봉은 조직이 조직원을 오너십을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동행자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단순 한명의 직원으로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연봉은 전부가 아니다, 다만 회사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고 인재밀도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중 하나이다.
디젠들이 더 필요하다
디젠이라는 단어가 비교적 생각 없이 블록체인 자산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칭하는 “밈” 같은 단어로 사용되지만, 나는 현 시점에서의 디젠은 실제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가깝다고 본다. 그렇기에 크립토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좀더 “디젠” 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NFT 관련 서비스를 기획하는데 NFT 커뮤니티에 속해 보지 않고 사고 팔아보지 않고 관련 서비스를 사용해보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와 성향을 알 수 가 없다. 이는 기획자 스스로가 서비스의 이용자들을 커뮤니티가 아닌 “고객”으로 바라보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이 시장에서 처음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디젠들이 기존 다른 시장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Web2 회사에서 Web 3회사로 이직한 5년차 PM이 1년차 Web3 PM보다는 당연 오퍼레이션 능력이 뛰어날테니.
다만 Web3 시장에 일하기로 했다면 그 시장을 직접 경험해보는 디젠이 되지 않고서는 서비스 타겟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기술 또는 자산
회사들은 블록체인을 크게 기술 또는 자산으로 바라본다. 기술로 바라보는 회사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자산으로 바라보는 회사는 자산 증식 또는 자산군에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든다.
전자의 경우 비교적 구성원들의 나이가 적거나 고루 분포 되어있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후자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권 경력이 많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느껴졌다.
어떤 것이 옳다가 아니라 내가 선호하는 일, 사람들은 전자를 추구하는 회사에 더 많았던 듯 하다.
3개월도 성장하기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부분인데, 지난 3개월 동안을 돌아보면 그 사이에 꽤나 많이 성장했다는게 느껴진다. 가장 많이 변한건 내가 기존에 가진 생각들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아예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넓어지고 달라진 관점은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 방식과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고, 글을 씀에 있어서도 좀 더 풍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왜 성장할 수 있었냐 라는 복기해보면,
인터뷰때 만났던 시니어들에게 많이 질문하고 →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얻는다.
그 인사이트를 다른 인터뷰에서 만나는 나의 생각을 덧붙여 시니어들에게 공유하고 → 그 시니어들에게서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다.
위 과정을 반복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실무에도 적용하고 채널에 글을 써서 공유한다.
엄청나게 달렸던 지난 3개월 동안 느낀 점들을 특히 글에 정말 많이 담았다. 최근 썻던 여러 개의 긴 글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시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그 글들은 내가 몇년 전 영상과 글로만으로 접하던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기폭제가 되었고 현재 진행형인듯 하다.
예전에 웹사이트 망해서 접은것 까지 하면 글을 쓴지 약 2년째가 되간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2년전에 웹사이트에 썼던 글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물론 아직도 너무 작고 초라한 채널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쩄든 3개월의 항해 끝에 정말 멋진 사람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던 조직에 조인하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11개월동안 무엇을 만들고 성장하고 어떤 글을 쓸수 있을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