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vs 생존자 (퇴사 후기)
Predator vs Survivor
1. ‘생존을 위한 안전함’이라는 리스크
오늘부로 회사를 퇴사했다. 주변에 퇴사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을때 대부분의 반응은 의아함을 동반한 물음표였다. 다니던 회사는 적어도 업계 내에서는 누구나 아는 회사이기도 하고 3개월만 더 지나면 1년치 토큰 보상과 매달 큰 금액의 인센티브가 월급과 함게 나온다.
회사의 연봉 테이블은 공개되어 있어서 굳이 숨기필요가 없으니 대략 2~3억 원 대의 연봉에 인센티브까지 하면 매달 들어오는 돈은 손쉽게 포기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냥 회사 다니듯이 성실하게 다니면 통장 잔고는 내 나이대의 평균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히 불어날 것이긴 했다.
다만 당장의 수입과 안정성이 장기적으로는 내 인생과 자산에 치명적인 ‘손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설적일수 있지만, 지금의 편함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5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놓칠 것 같았다.
퇴사 결정에는 회사 내부의 상황도 한몫하긴 했다 비즈니스 팀에서 전략적 / 분석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고 입사를 했지만 나를 채용했던 매니저와 COO가 창업을 퇴사하고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회사는 AI x Crypto 로 방향을 틀었고, 그 격동의 과정에서 내 역할은 수차례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잘하는 일(전략, Growth)이 아닌, 당시 상황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일단 하는 역할이 되었다. 나는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성격이라, 이것 또한 ‘도전’이라 여기며 도망치지 않긴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반복되자 명확한 깨달음이 왔다. “나는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각들을 얻을 수 없겠다”.
26년도에 회사에서 내가 맡아주었으면 하는 일은 명확했고, 해당 롤을 하게 되면 매우 안정적이고 숫자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다만 여러번 생각해보았지만 지금 당장의 안정을 위해 미래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위기감이 나를 짓눌렀다.
일은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한다.
2.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 노동의 가치 하락과 부의 이동
내가 느끼는 이 위기감의 근원에는 ‘AI가 바꿀 세상’에 대한 공포와 기대가 공존한다.
나는 조만간 노동 인구의 유의미한 수준이 일자리를 잃거나, 그 가치가 급락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개발 직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학력, 고소득, 고숙련이라 믿었던 수많은 직군의 능력이 AI로 인해 범용화(Commoditized)되고 있다.
과거 사회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던 방식은 노동이라는 비싼 가치를 사람들이 제공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회사가 돌려주는 것에 기반했다. 여기서 발생한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사회로 흘러들어가 경제를 순환하게 한다. 더 값진 노동력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더 비싼 가치와 보상을 가지는 것이 사회의 기본적인 구조였다.
다만 이 “노동력의 가치”라는 것이 아예 격변하고 있다. 좀 더 명확히 말하면 어떤 노동력이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바뀌는 중이다. 과거에 정말 오랜 시간 배우고 익혀야 취득할 수 있던 노동력들은 AI로 인해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공용 상품이 되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노동력에 기반하여 가치와 보상을 가지던 사람들이 경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모든 직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현상을 감히 넘겨 짚자면
부의 총합은 유지되나, 이동은 극단적이다: 일자리를 잃은 계층의 부는 AI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본을 소유한 소수에게로 쏠릴 것이다.
커리어의 파괴: “어느 회사에서 몇 년 일했다” 는 식의 정형화된 커리어 패스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 경험으로 얻는 지식은 이미 AI가 다 습득하고 있을 예정이다.
생활 수준의 평준화와 디지털 이주: 현실에서의 경제 활동이 막히거나 생활 수준이 평준화가 된다면,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는 곧 콘텐츠와 메타버스, 디지털 세상의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가치가 있는 새로운 노동력 : Commoditized 된 노동력 말고 새롭게 가치를 가진 노동력들이 중요해진다. 이는 커뮤니티, 유통 채널 (Distribution Channel), 감각, 문제 정의 능력 등 여러 갈래로 나타날 수 있다.
가치 있는 노동력에 대해 조금더 이야기 해보자면, AI가 사람대신 할 수 있는 범주의 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역석적으로 더 가치있는 노동력이 되는 구조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쫓는 원숭이며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고 이것이 커뮤니티 / 집단을 형성한다. 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는 AI 시대에서 더 강력해진다.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의 가치 또한 더 올라간다. 누구나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일때 선발 주자로써 가져가는 이점이 크게 사라지면 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전쟁으로 번진다. 예전에는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경쟁해야 하는 제품들이 5개 였다고 하면 이제는 몇십개로 늘어난다. 이때 이들이 원하는 노출도 / 유저를 온보딩 해줄 수 있는 유통 채널들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이제 보편화가 된다. 그렇기에 무엇이 문제이면 이를 풀기 위해 어떤 솔루션을 사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감각 / 경험이 더욱 중요해진다.
3. 크립토(Crypto)의 역할 : 혼돈에 대한 헷징과 디지털 신뢰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크립토라는 시장의 고유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투기 대상을 넘어서서 다가올 미래의 두 가지 키워드, ‘현실의 혼돈’과 ‘디지털 세상의 신뢰’를 지탱할 수 있다.
첫째, 자산으로서의 크립토 (현실의 혼돈에 투자)
AI와 관련 기술이 버블을 형성하며 치솟음과 동시에 경제 구조가 바뀌는 시점이 오면 수 많은 혼돈이 발생할것이다. 사회를 지탱하던 주요 인력들이 경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매우 큰 사건이다. 혼돈은 신뢰 이슈를 발생시킨다. 시장과 세상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명확한 방향성이 존재할때에는 인간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명확하다. 다만 방향성이 부재하거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때 인간은 가장 비이성적으로 행동한다. 투자 자산의 경우에도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며, 사회 또한 불확실성에 있을때 가장 공포감에 휩싸인다.
물론 AI로 인한 혼돈의 끝은 전체 인류의 번영일 수 있겠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의 시간, 변수, 리스크들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오는 혼돈은 상상 그 이상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시점이 왔을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가장 탈중앙화된 중립적 자산으로서, 시스템 리스크를 헷징하는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이런 혼돈과 함께 휘청이는 자산군이었다면, DAT, ETF, 기관 수요르르 통해 손바뀜이 일어난 두 자산은 이제 세상의 다른 어떤 자산들보다 강력한 헷징 자산이다. 그리고 이 효과는 혼돈의 시기에 가장 빛을 바랄것 같다.
자산 가치의 탈중앙화라는 정의 측면에서는 해당 자산이 가지는 가치를 특정 중앙 주체가 마음대로 바꿀 있냐 / 없냐 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둘째, 기술로서의 크립토 (디지털 세상의 신뢰 레이어)
현실의 삶이 평준화될 때, 새로운 도파민과 가치는 디지털에서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 몰입할수록, 그 안에서의 소유권과 경제 활동은 중요해진다.
상상해보자. 기존에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더 부가 한쪽으로 더욱더 몰리게 되었을때, 사람들이 삶에서 기대하는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마치 기본 소득과 같이, 삶에서 얻고자 하는 돈과 만족감이 평준화 되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때 남는건 “시간”과 “자극에 대한 욕구”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극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면 살아가며 이를 위해 돈과 시간을 사용한다. 현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디저트를 먹고, 술을 마시고, 이성을 만난다. 욕구 충족은 상대적이다. 즉 사회 또는 남이 할 수 있는게 1 이라면 나는 1.5를 할 수 있을때 욕구 만족감을 느낀다.
다만 현실에서 이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옵션과 기회가 평준화되어 버린다면 어떨까? 예전에는 1.5를 할 수 있는 사회였지만, 이제는 보통 사람의 기준이 1이 되어 버리고 그 이상을 바라보기가 힘든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을 거다.
이때 남는건 “시간”이며, 이는 어딘가에서 사용되야 하는 잉여 자산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게 가장 잘 소비될 수 있는 공간은 디지털 세상이다. 디지털 세상속에서는 무한한 자극제들이 존재하며, 그 안에서 누구나 원하는 무엇이 될 수 있다.
수 많은 컨텐츠들을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할 것 이며, 모두가 디지털 세상 속의 페르소나를 가질 것이다. 즉 디지털 세상 속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크립토는 이 디지털 세상의 인프라가 되어, 가치 저장 수단이자 ‘디지털 경험의 증폭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NFT, Pump.Fun, Perp와 같은 케이스를 상상해보자. 투기성이 강한 유즈 케이스이지만 , 본질은 크립토가 없었을때는 실현 불가능했던 디지털 경험이었다 라는 사실이다.
4.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다. “다신 없을지도 모를, 이 기회를 멍하니 바라보다 놓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기준에 기반하여 행동해야 한다.
직업의 관점: 돈이 아닌 ‘능력’을 번다
직업은 단순히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개인으로써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흡수하는 통로여야 한다.
내가 크립토라는 시장에서 가지는 강점은 시장과 제품을 분석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저에게 실제 가치를 제공하는 크립토 프로덕트의 전략과 성장을 리딩하는 것 또는 시장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업사이드를 찾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PMF(Product Market Fit) 없는 토큰 발행(Narrative Market Fit)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정 제품을 만드는 팀에 합류할지 아니면 펀드 / 리서치와 같이 더 넓은 분야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팀을 갈지에 대한 방향성은 아직 안정했지만
어느 방향이던 문제 정의 능력과 이에 맞는 솔루션을 접목시키는 능력을 다음 행선지를 통해 더욱 극대화 시켜야 한다.
다음 행선지는 자산으로써 또는 디지털 세상의 인프라로써의 크립토가 성장하는데이 있어 기여하는 곳이어야 한다.
개인의 관점: ‘나’라는 자산을 만든다
직업과 더불어 개인의 관점에서도 지속적인 액션들이 필요하다. 앞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골자를 두고 살아볼 것 같다.
영향력 확대: “나”라서 의미 있는 글, “나”라서 신뢰받는 인사이트를 통해 팬덤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소속 없이도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를 활용한 1인 메이커: 이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비용은 0에 수렴한다. 중요한 건 코딩 능력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진짜 문제인가?’를 정의하는 능력이다. AI라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끊임없이 제품을 던지고 실험해볼 예정이다.
예전에는 제품을 만든다 / 창업을 한다가 매우 거대한 일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있다면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언가를 시도 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그래서 일단 하는게 성공할 확률을 가장 높여 주는 이유다.
유통 채널 소유: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제품의 공급이 실 수요 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그렇다면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채널을 가진 자가 더 많은 가치를 가질 것이다.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인사이트든, 건강과 외모를 위한 것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길목을 소유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단순 CT 및 크립토 텔레그램 채널은 그 모수가 매우 적다. 소유하고 하는 카테고리에 맞는 채널을 파악하고 넓혀보자.
네트워크 확대 : 크립토라는 시장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인재의 밀도가 높아서이다. 새로운 직장 / 기회를 얻을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이를 통해 얻어가는 가치들이 너무 많다. 앞으로는 위 3가지를 병행하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가지는 네트워크의 절대적 가치와 밀도를 더 높여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 관계에서 누군가 누구를 시간을 써서 만나줘야 하는 이유가 0이라고 생각한다. 즉 네트워크라는 것은 어떠한 기준에서든 이해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이는 내가 내 네트워크에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됨을 뜻 한다.
6. 마치며: 시장의 포식자
이번 퇴사가 커리어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패한 스텝’일 수도 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아마 회사에서 더 있고 경력 채우고 돈 더 벌고 했으면 다음 커리어 측면에서 좋은 단계를 밟아 나가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기존의 커리어 문법만을 쫓다가는, 결국 시대에 도태될 것 같았다. 생존자는 될 수 있을 지언정 포식자가 될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과연 어느 회사에서 일했고, 어느 직급을 가졌었다는 사실이 앞으로 얼마나 중요할까?
나는 다가올 변곡점에서 생존을 넘어 포식자가 되어 부의 이동에 올라타고 싶다.



응원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더 공감이 되네요🥹